
칼럼통신 [칼럼니스트] by 서울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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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05월 09일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는 나라가 117개국인데 이중 97개 국가는 소의 나이, 부위 등을 따지지 않고 수입한다, 그런데 왜 너희들만 유별나게 떠드느냐는 것이 촛불시위를 매도하는 주요 논리 중 하나다. 말은 그럴 듯하지만 한꺼풀 들쳐보면 야바위다. 즉 미국 육류수출협회(USMEF)의 지난해 수출 통계에 의하면, 미국산 쇠고기를 가장 많이 수입한 나라는 멕시코, 캐나다, 일본, 한국, 대만, 중국(홍콩) 순이다. 이들 6개국이 미국 쇠고기 수출 전체의 87.6%를 차지했다. 쇠고기 수입 117개국에서 97개국을 빼면 20개국인데, 20개국에서 위의 6개국이 87.6%를 차지하므로, 소의 나이, 부위 등을 따지지 않고 수입하는 나라 97개국은 미국 수출 전체에서 몇% 될까 말까 한, 양으로 치면 1년에 쇠고기 1∼2콘테이너 정도 수입하는, 검역 자체도 필요 없는 나라다. 이런 나라들을 통계로 들어 왜 한국만? 이라고 하면 코미디며 야바위다. [칼럼니스트] 2008년 5월 9일 1429호 *쇠고기협상, 미국의 피싱에 낚인 MB*
2008년 05월 07일
스케일 큰 중국 공연문화 이규섭 (서울칼럼니스트모임회원, 시인) http://columnist.org/kyoos
중국은 땅덩이가 넓은 만큼 관광명소도 많다. 8월에 열리는 베이징 올림픽과 2010 상하이 세계박람회를 앞두고 관광서비스 향상에 주력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관광명소 어디를 가나 스케일이 큰 공연문화로 푸짐한 볼거리를 제공하며 관광객 유치에 열을 올린다. 관광객 수와 관광 수입은 이미 미국을 앞질렀다.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장자제(張家界)풍경구 보봉호에서는 토가족들이 노래를 들려주고 그들의 혼례풍습을 가무로 보여준다. 베이징에서는 영화 '패왕별희'로 알려진 오리지널 경극(京劇)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상하이서커스도 볼만하다. 소년 소녀 곡예사들의 아슬아슬한 기예와 원통 속에서 6명이 오토바이를 타는 목숨을 건 묘기는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저장성(浙江省)의 성도 항저우(杭州)의 '송성가무쇼'도 화려하고 다이내믹하다. 남송시대 서호(西湖)를 배경으로 전설과 민족영웅의 이야기를 담은 뮤지컬이다. 종반에 장고춤, 상모돌리기, 일본의 가부끼 춤을 끼워 넣은 것은 다분히 한일 관광객을 노린 문화적 상술이다. 천정과 지하, 객석에서 출연진이 등장하여 관객들의 얼을 빼놓는다. 무대에서 대포를 발사하는가하면 천정에서 비가 내려 탄성이 절로 나온다. LED 불빛 회오리 등 최첨단조명과 입체음향도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스케일이 크기로는 단연 허난성(河南省) 소림사의 '선종소림 음악대전'이다. 쑹산(崇山) 협곡의 나무와 바위 등 자연 그대로가 무대다. 해발 1400m 산등성에 별빛처럼 빛나던 조명과 병풍처럼 둘러쳐진 암벽을 비추던 조명이 꺼지면서 칠흑 같은 어둠에 적막이 감돈다. 개막을 알리는 석경(石磬)의 둔탁한 소리에 이어 청아한 물소리가 귓전에 흐른다. 각기 다른 물통의 물을 손바닥으로 쳐서내는 물소리가 감미롭고 때로는 너울파도처럼 격정적이다.
총 5악장으로 구성된 공연은 물, 나무, 바람, 빛, 바위를 주제로 선경(禪境), 선정(禪定), 선무(禪武), 선오(禪悟), 선송(禪頌)을 노래와 춤, 무예를 곁들여 숨가쁘게 펼쳐진다. 음악과 빛을 이용해 소림사의 정신과 무술의 세계를 종합예술로 승화시켰다. 양치는 여인이 양떼를 몰고 무대에 오르고, 소림무예가 다양하게 펼쳐진다. 산자락에서 집채만한 달이 떠서 초승달로 바뀐다. 숲에서는 10m 높이의 석불 수십 개가 빛을 발하며 등장한다. 실제 크기의 석림(石林)이 나타나기도 하고 온몸에 빛이 나는 발광(發光) 옷을 입은 무예들이 허공을 날아다니며 칼싸움을 벌이는 모습도 상상을 초월한다. 무대가 워낙 넓어 어디에 시선을 둬야 할지 모를 정도다.
선종소림 음악대전의 총감독은 '와호장룡'과 '영웅'의 음악감독으로 한국 펜들에게도 친숙한 탄둔(Tan Dun)이다. 그는 소림무술과 조화를 이루는 동양적인 음악을 통해 오스카상을 수상한 바 있다. 700여명의 출연진과 600명의 아티스트들이 참여한 공연이니 스케일을 짐작하고도 남는다. 소림무술의 화려함과 자연의 소리가 조화를 이룬 선종소림 음악대전의 감동이 긴 여운으로 남는다.
우리나라도 지역의 특색을 살려 전통문화를 접목한 공연문화개발이 절실하다. 가령 경상도 안동의 하회탈춤을 중심으로 세계의 탈춤을 보여주는 상설공연장을 마련하는 것도 대안이다. 전라도 남원에서는 판소리와 함께 창극을 공연하면 우리문화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판소리는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적 무형유산이 아닌가. 이제는 관광문화의 세계화에 눈을 돌릴 때다. -2008. 5.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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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05월 06일
박경리소설에 대한 추억 우혜전 (서울칼럼니스트모임 회원) http://columnist.org/hazelwoo
소설가 박경리란 이름 석자가 잡지나 신문에 나오면 지나치지 않고 꼭 읽어보게 된 것은 중학교시절 소설대여점에서 그의 소설을 읽게 된 이후이다. 요즘은 초등학교로 불리지만 그 때는 국민학교로 불리던 시절 만화 라이파이에 심취해 학교만 갔다 오면 동네 만화방을 찾던 나는 드디어 중학생이 되어 학교 도서실에 가니 책을 빌려볼 수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 제비 양과 하늘을 비행기로 날며 악의 무리를 쳐부수는 정의의 사도 라이파이는 그곳에 없었다. 드디어 나는 어른이 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아이들이 도서실 말고 다른 곳에서 책을 빌려 읽고 있었다. 학교 입구에 조그만 책 빌려주는 곳이 있었다. 거기에 가면 손때가 묻은 소설책들이 꽂혀있었고 나도 아이들 따라서 그곳을 둘러보게 되었다. 아무것도 모르고 제목만 보고 한 권 빌렸다. 주홍글씨 라는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작가는 나타니얼 호오돈. 그런데 문제는 아무리 읽어도 무슨 얘기인지 잘 모르겠는 것이었다.
학교에서 독서 감상문 숙제가 떨어졌다. 읽은 것이 주홍글씨라 숙제를 하기로 마음먹었으나 도무지 실마리를 찾을 수 없어서 앞 장과 뒷장에 나와있는 책소개인지 비평인지를 보며 위정자 라는 단어가 무슨 말인지도 모르면서 거기에 있기에 위선이라는 낱말과 함께 베껴 냈다. 초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만화를 읽던 나로서는 무척 힘든 숙제였다.
그러다 집어 들게 된 것이 아마 김약국의 딸들이었을 것이다. 제목이 알 것 같지 않은가? 너무 확실한 제목 아닌가 말이다. 그 소설을 쓴 작가가 박경리였다. 읽어보니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그 당시 그 책방에는 여성작가들의 책이 많이 진열되어 있었는데 아마 도서실에 비치하지 않는 책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사랑얘기 가족얘기가 많았다. 그것이 그 때는 밖으로 해서는 안되는 이야기였을까?
그 중에서 박경리의 표류도, 시장과 전장, 파시 이런 제목들은 참 멋있어 보였다. 그 시대에서는 매우 현대적인 느낌을 주었고 만화에는 등장하지 않는 단어였다. 또 박경리의 소설을 통해 여성이 어머니로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일을 하는 여성, 자아를 지니고 살아가는 여성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Q씨에게 라는 제목도 기억이 난다.
결국 소설의 세계에 빠져든 나는 세계문학전집을 사달라고 하여 내 방 책장에 가득 채워놓고 죄와 벌, 적과 흑 이런 중후한 제목을 바라보며 언젠가 읽어야지 하다가 결국은 읽게 된다. 이 결과인지 중학교를 졸업할 즈음 교내지에 우리 반을 대표해서 조그마한 소개 글을 실으라는 소리를 선생님으로부터 듣게 되는 영광을 얻었고 공개적 글쓰기가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운 좋게도 나의 대학입시 때는 작문이 있었다. 제목이 볼펜이었던가 였는데 마침 나는 아버지께서 사주신 볼펜인지 만년필인지를 사용하고 있어서 그 얘기를 썼다. 글 쓰는데 대한 두려움이 없어 힘들지 않았다. 많이 읽으면 스토리 전개를 할 수가 있게되는 모양이다.
내가 박경리 소설을 다시 만나게 된 것은 토지 1부가 완간이 되었을 때 이었다. 주위에서 재미있다고 하기에 짬을 내 읽었다. 나는 그 작품이 좋을 것이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고 역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같은 대단한 소설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감수성이 예민한 시절 소설대여점에서 박경리의 소설을 집어들었던 것은 행운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박 뭐래는 여성작가가 당시 베스트셀러 인기 작가였으나 그 이름은 이제 기억되지 않고 박경리라는 이름은 이제 죽고 나서도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살아남았다. 나는 허름했던, 그 헌 종이냄새로 가득했던 좁다란 소설대여점을 잊을 수가 없다. 나는 박경리의 작품을 읽고 자라나 행복했던 세대라는 생각이 든다.
-2008.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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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05월 05일
대운하의 진실
홍순훈 (칼럼니스트) http://columnist.org/hsh 지금껏 이 자가 이 소리, 저 자가 저 소리하며 바람잡던 이정권의 ‘대운하 작전’이 5월(2008년) 들어서면서 본격적 또는 공식적으로 가동됐다. 청와대 대변인, 기획재정부 차관의 5월1일자 발언이 그렇고, 5월2일 전국 16개 시, 도지사회의에서 ‘운하 조기 추진을 강력 건의’했다는 내용이 그렇다. 이 회의에서 이명박대통령(이하 편의상 MB라 표기한다)은 시, 도지사들의 건의에 침묵을 지켰다 하는데, 하의상달(下意上達) 형태로 마지못해 작업에 들어가는 척인가?
‘한반도 대운하 프로젝트’ 줄여서 ‘대운하’는 MB가 1990년대부터 국회의원, 서울시장을 지내며 구상한 것이라는데, 크게 경부운하, 호남운하, 북한운하 3개로 나누며 공사가 중단된 경인운하도 이에 포함시킨다.
이중 핵심이며 추진 1순위로 확실한 것이 한강과 낙동강을 연결하는 경부운하다. 두 강의 연결 방법은 <문경새재 부근 조령의 해발 140m 지점에 20.5km의 터널을 건설>하고, <터널 양쪽에 2강의 수위를 맞춰주는 갑문이 들어서게 되며, 갑문에 들어온 배를 수압 또는 전동장치(엘리베이터)에 의해 위아래로 이동하게 된다>. < >로 따온 내용이 MB가 서울시장이었던 2006년 10월25일 독일을 방문하여 밝힌 대운하 구상인데, 당시 언론 보도를 그대로 옮긴 것이다.
위 줄거리에 최근 MB추종자들이 약간씩 수정, 보완하고 있다. 즉 터널 위치 해발 140m를 110m로, 터널 길이 20.5km를 22km로, 터널 1개가 2개(길이 21.9km와 4km)로, 충주갑문 쪽에 45m리프트, 문경리 갑문 쪽에 57m리프트 따위다.
이 갑문 방식은 1900년대 초 미국 공병대가 10여년간 건설한 세기의 대토목공사 파나마운하(길이 77km)를 연상시킨다. 근래들어 이 운하가 포화 상태가 됐는데, 확장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2006년 10월 실시했다. 국민 78% 찬성으로 확장키로 했는데, 국가 성립과 경영을 전적으로 운하에 의존하는 파나마공화국이지만 국민의 뜻을 묻고 그 뜻에 따르는 형태를 취했다.
어쨌든 대운하에는 선박 운항의 경제성과 연안 해역과의 연계를 고려하여 2500t급 선박(컨테이너 215개 적재)을 띄우는 것이 적당하다고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최소 수로(水路) 바닥의 폭이 30m, 수심 6.1m는 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계산이다. 당연히 조령터널의 크기도 이에 준해야 된다.
TV채널 ‘디스커버리’를 보면, T.B.M(터널보링 머신: 약 2100억원짜리)이란 주판알 같은 비트를 앞머리에 붙인 거대한 디스크형 암반 굴착기가 터널 안에서 작동하는 모습이 종종 나온다. 현재 생산, 운영되고 있는 이 굴착기의 최대 크기가 직경 11m라는데, 이 최고 최신 기계를 동원해도 2500t급 선박이 다닐 수 있는 규모의 대형 터널을 조령에 뚫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뚫었다 치자. 길이 22000m X 폭 30m X 깊이 6.1m = 4백만 입방m 이 계산은 4백만 입방m 즉 4백만 톤의 물을 조령 산 중턱에 가둬놓는다는 뜻이다. 물은 중력의 법칙에 의해 항상 아래로 흐른다. 만약 터널에 균열이 생기거나 터널 일부가 붕괴돼 위에 계산한 물이 일시에 조령 아래 마을을 덮친다, 어쩌지?
그리고 4백만 톤의 물을 햇빛이 안 닿는 굴 속 갇힌물로 만든다, 이 행위가 과연 자연의 섭리에 합당한가? 갇힌물은 반드시 부패하고 기름에 오염되고 따라서 식수로 적합치 않다. 결국 이 독극물과 다름없는 물이 한강과 낙동강 그리고 금강으로까지 끊임없이 흘러들어가 사람들 생명을 위협한다.
MB추종자들은 대운하를 관광자원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밝혔었다. 경부운하 550km를 50공구로 나눈다. 이 50공구 중 새롭게 관광자원이 될만한 곳 즉 볼거리는 ‘조령터널’뿐이다. 다른 공구는 배를 안 띄워도 이미 다 관광지화됐다. 어떤 이는 배를 타고 터널 속 통과를 꿈꿔 볼 테지만 이는 헛된 꿈이기 쉽다. 썩어 오염된 물, 배의 매연에 찌든 굴 속, 서커스하듯 배를 들었다 놨다 하는 위험성..... 때문에 그렇다. 이는 결과적으로 막대한 자금(10조원?--파나마 운하의 2개 갑문 설치비만 27억3000만달러였다)을 들여 두 강을 연결한다고 하지만 두 강이 단절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쉽게 말해 조령에서 배를 갈아타야 된다.
조령터널 문제는 작은 편이다. 부산에서 서울까지 500여km를 수심은 6m 이상, 강폭은 적어도 30m 이상 강바닥은 파내고, 강변은 걷어내고, 강둑은 흙이나 자갈이 흘러내리지 않게 시멘트로 처바르고, 굽은 강은 바로펴고..... 이런 하천의 인공적 대변형은 실개천의 흐름까지도 왜곡시키니, 몇 십만년이랄까 몇 백만년이랄까 최적의 상태를 추구하며 유지했던 금수강산이란 한반도의 균형을 깨뜨린다. 균형 파괴의 악영향은 홍수, 식수 오염, 농공용수의 변경 등으로 두 강에 붙어사는 3500만 주민의 안위가 위태로워진다.
현대건설이 주간하고 있는 상위 1∼5위 건설사 컨소시엄과, SK건설이 주도하는 6∼10위 건설사 컨소시엄이 5월 말쯤 정부에 낼 사업제안서(계획서)를 준비 중이라 한다. 이에 고위 관료는 ‘민간인들이 투자를 하고 공사를 하면 경기 부양에 도움이 될 것’이라 한다. 많이 듣던 소리 아닌가?
노정권 때 한나라당이 발의한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 즈음에 관료들이 하던 말이다. 정부부담금 11.3조원은 이전할 과천정부청사 등을 팔아 충당하면 국민들 부담 하나 없이 별것 아니고, 민간 부담금 34.5조원은 그들 투자니 그들이 알아서 할 테고.... 여기서 민간은 재벌 건설사들이다. 정부 부담금이 그들 먹이임은 물론 민간 부담금이라 하나 그것은 일종의 투자금으로 그 대신 ‘지역 부동산 개발권’을 정부로부터 따내는 등으로 투자금의 몇배 또는 몇십배의 이익을 챙긴다는 것은 일반 상식이다. 이런 모든 돈은 결국 국민들 부담이 된다는 것 역시 상식이다. 따라서 행정중심복합도시 바뀐 명칭 ‘행복도시 세종’(2020년 완공 예정) 건설로 경기가 부양됐다는 소리를 하면 미친놈 취급받기 십상이다.
MB가 ‘한반도 대운하 프로젝트’를 쥐고 놓지 않는 것 역시 위와 같은 맥락이다. 재벌 건설사 CEO 출신으로, 대권을 잡았으니 한국의 전체 건설사 목줄도 확실히 잡고 있겠다는 것 아닌가? 그래서 우리는 이 건설, 저 건설로 피골이 상접해지고 좋은 노래 하나 버리는 것 같다.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 들에는 반짝이는 금 모래 빛 / 뒷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 /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 돈이 있어야 살지∼∼
-2008.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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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운하, 운하, 문경새재, 강물오염, 대운하관광, 행복도시, 행정복합도시, 재벌건설사, 국민부담, 정부부담금, 홍수, 식수오염, 금수강산, 수심6mm, 강폭30m
2008년 04월 30일
불참해도 무방한 경조사 박연호 (서울칼럼니스트모임 회원) http://columnist.org/ynhp
주변에 경조사가 발생하면 누구나 겪는 고충이 있다. 남의 경조사에는 코빼기도 내밀지 않다가 자기가 치를 때쯤 되어서 동창회 등 모임에 나오거나, 느닷없이 친한 척 하면서 술 한잔하자는 이들의 경우 가야할지 말아야할지 갈등이 생긴다. 이름은 긴가민가하고 언제 어디서 인연이 닿았는지 기억도 전혀 나지 않는데 참석해 달라는 불편한 초대를 받았을 때는 더욱 난감하다. 결혼철인 봄이 되자 이같이 달갑지 않는 사례들을 놓고 불평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며칠 전 가까이 지내는 한 이웃도 이런 고충을 내게 털어놓으며 어찌해야 좋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의 중학 동창 중 한 사람이 자기 아들 결혼식을 한다고 연락이 왔는데 너무 몰염치하다는 것이다. 그 친구 경조사가 그 동안 네 번이나 있어서 자기는 꼬박꼬박 갔고, 특히 초상 치를 때는 처음부터 끝까지 일을 봐주기도 했는데 지난 해 자기애 결혼식에는 오지도 않고 그 뒤로도 가타부타 말 한마디 없었다.
그러면 두말할 필요 없이 무시해버리면 되지 않느냐고 했더니 마음속은 이미 그렇게 결정하면서도 괜히 찜찜하다는 것이다. 그 심정 충분히 이해가 갔다. 빈총도 안 맞니만 못하더라고 처음부터 모르면 몰라도, 알고도 모른 체 하려면 마음 한 구석이 개운치 못한 경험을 해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래서 한문서당에서 들었던 예상왕래(禮尙往來)라는 말을 들어 그런 경우 가지 않아도 될 근거로 제시했다. 사서오경의 하나인 예기(禮記) 곡례(曲禮)편에 '예는 가고 오는 것을 숭상한다(최우선으로 삼는다). (내가)갔는데 (상대가)오지 않으면 예가 아니고, (상대가)왔는데 (내가)가지 않는 것도 예가 아니다'(禮尙往來. 往而不來, 非禮也. 來而不往, 亦非禮也.)라는 말이 나온다. 선생님은 이 말이 다양한 뜻과 가치를 포함하고 있어서 경조사에도 그대로 적용 된다고 했다.
즉 남의 경조사에 내가 갔는데(또는 뜻을 표했는데), 다음에 그가 오지 않는 것이나, 거기서는 왔는데 내가 가지 않는 것은 더불어 상종할 수 없는 실례로 취급했다. 부조금(또는 물품)도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주고받는 액수를 같게 했다고 한다. 철저히 준 만큼 받고, 받은 만큼 주었다. 요즘의 give and take 정신이 그때도 철저했던 셈이다.
내 집 경조사에 오지 않았던 상대가 일을 치르게 되었을 때는 설령 알아도 가지 않았다. '당신이 오지 않았는데 나는 왜 가야 해' 하는 식의 좁은 속이나 야박한 인심 때문에 그런 게 아니었다. 상대가 어떤 연유로 오지 못했는지 몰라도 그 이후 내게 매우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을 텐데 이쪽에서 참석하면 그를 더욱 미안하게 만들므로 가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약간 아전인수격 풀이 같지만 그래도 그 완곡한 면이 그럴 듯 하다.
지금이야 이렇게 미안하기는커녕 어떻게든 적게 주고, 많이 받자는 장삿속 철면피들까지 횡행하는 세상이니 굳이 그렇게 이유를 에둘러 대지 않아도 된다. 그렇지만 내키지 않는 경조사에 불참할 때 찜찜한 마음을 달래는 근거로 '예상왕래'는 충분한 역할을 해줄 수 있다.
조상 대대로 한 마을에 살던 시절에 적용되던 경조사 기준이 오늘날 그대로 적용될 수는 없다. 지금이야 사는 동네, 회사 등이 자주 바뀌니 '준 만큼 받거나, 받은 만큼 주는' 예전의 '예상왕래'를 그대로 실현할 수 없다.
물가변동속도가 빠르니 받은 만큼 보내거나 보낸 만큼 받는 것도 쉽지 않고, 사람들이 다른 지역은 물론 외국으로 이사 가는 일이 잦고 활동범위가 넓어 경조사 발생 자체를 알리는 것만도 여간 힘든 일이 아닌 세상이니 말이다. 그러나 시대가 아무리 변하고, 사회가 복잡해지더라도 그 정신만은 그대로 이어져 오기 때문에 경조사 불참 여부를 판가름해주는 이른바 가이드라인으로서 상당한 참고가 될 것이다.
-행정공제회 '웹진' 4월호(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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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04월 29일
우주시대
홍순훈 (칼럼니스트) http://columnist.org/hsh 지난(2008년) 4월 중순에 한국 여성 1명이 소유즈 우주선을 타고 우주여행(러시아에 260억원 지불?)을 다녀왔다.
A> 중국은 1992년에 러시아와 소유즈 우주선의 개발 기술을 전수받는 협약을 체결했다. 1999년 11월 창정(長征) 2호 로켓을 이용해 무인우주선 선저우(神舟) 1호를 발사, 회수하는 데 성공하고 2002년까지 3차례 더 시험 발사한다. 이어서 2003년 10월에 선저우 5호로 중국 최초의 유인우주선 발사에 성공한다. 현재 그들은 창어(姮娥 : 중국 고대신화에 나오는 달의 여신)란 이름의 우주선을 제작해 2020년까지 우주인을 달에 착륙시키는 달 탐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B> 일본은 지난 3월 중순에 일본 최초의 우주실험동 ‘키보’(일본어로 희망)를 승무원 7인과 함께 미국 소유 우주왕복선 인데버호에 실어 ISS(국제우주정거장)에 보냈다. ISS건설프로젝트는 1998년 미국 워싱턴에서 미항공우주국(NASA), 유럽우주국(ESA) 산하 11개국과 러시아, 캐나다, 브라질 등 16개국이 관련 협정에 서명하면서 공식 출범했다. 2010년까지 건설을 마무리할 예정인 ISS는, 무게 460t, 길이 108m, 폭 74m나 되는 거대한 우주 구조물이다. 이번 일본이 보낸 ‘키보’는 이 구조물의 일부로 장착하는 것인데, 무게 4.2t, 길이 3.9m, 직경 4.4m의 원통형 모듈이다. 5월 말경에는 이보다 3배 정도 더 큰 모듈을 ISS에 실어다 붙일 계획이라 한다.
C> 북한은 지금부터 꼭 10년 전인 1998년에 ‘광명성 1호’란 인공위성을 대포동 1호(사정거리 2000km)에 실어 발사했다고, 2005년 2월 당시 국정원장이 국회 정보위에서 확인했다. 그리고 사정거리 6000km인 대포동 2호에 ‘로켓 엔진을 개발하고 있는 단계로 보인다’ 고 말했었다. 미사일에 로켓 엔진을 붙인다는 것은 우주선의 운반체를 만든다는 뜻인데, 2005년부터 현재까지 북한으로부터 우주 개발에 관한 어떤 보도도 없다.
D> 한국 전남고흥군에 3125억원을 들여 약 500만제곱m의 나로우주센터를 작년에 완공했다. 금년 12월에 그 곳에서 ‘한국형’ 우주로켓 ‘KSLV-1'을 발사할 것이라 한다. ‘한국형’이란 러시아에서 2000여억원을 주고 1단 액체 로켓을 사 오고, 그 위에 한국이 개발한 2단 고체 로켓을 올려 놓는 것이다. 러시아와 맺은 ‘기술보호협정’으로 말미암아 1단 액체 로켓에 대한 어떤 기술 이전도 받지 못한다. 그런데 우주사업단장의 말이라며, 다음 글이 최근 어느 잡지에 실렸었다. “러시아에서 들여온 발사용 로켓은 우주로 사라진다. 그러나 GTV(실제 로켓과 같지만 우주로 쏘는 대신 지상에 묶어 놓고 연소 실험을 하는 로켓)는 남는다. 우리 연구진은 이를 해체해 부품 하나하나를 국산화한다. 일단 1단 로켓을 국산화하면, 이 로켓 4개를 붙여 2017년 1.5t급 실용위성을 실은 ‘KSLV-2호'를 발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런 기술 도둑질로 중국과 같이 2020년까지 달 탐사를 하겠다고 정부 차관이 읊으니......
E> 미국은 한국에 '사정거리 300km, 탄두중량 500kg 이내의 미사일만 개발해야 된다'는 지침을 2001년에 내렸다. 이 내용이 ‘한미미사일협정’인데, 여기에 ‘인공위성용 로켓의 경우엔 사거리 규제 없이 발사한다’고 규정하고, 단서를 한국 기술로는 땅띔도 못하고 있는 ‘액체 연료 방식으로만 만든 로켓’이라 못박았다. 이러면서 MB통을 4월(2008년) 미국에 불러놓고 2조3천억원어치의 F-15K전투기 21대(1대는 덤으로 끼워 준 것이라 함)와, 여기에 장착할 사정거리 400여km의 미사일 수백기(구매가 미상)를 한국에 팔아먹고 있다. 의식적인지 아닌지 모르겠으나 언론 보도의 표현대로 하면, 미사일 사정거리 400km가 아니고 400<여>km다. 서울에서 신의주까지 거리가 360km이니 ‘한미미사일협정’의 제한 사정거리를 크게 벗어나지 않고, 한반도에서만 가지고 놀면 불똥이 딴 곳까지 튀지는 않을 것 같으니 선심쓰듯 팔아먹었다.....
한반도는 자동차로 하룻길밖에 되지 않는 좁은 지역이다. 이 좁은 지역이 양분돼 으르릉거리는 것은 분명히 잘못됐는데, 그 잘못된 결과가 어떻게 나타날지 항상 궁금했었다. 그 결과가 지금 나타나고 있는데, 우주시대로의 진입이 불가능한 것이다. 마치 남들은 청동기시대를 사는데, 우리는 석기시대에 놀고 있는 꼴이다.
-2008.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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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개발, 우주시대, 우주경쟁, 일본우주계획, 중국우주계획, 창어, 키보, KSLV-1, 광명성, F-15K전투기, 소유즈, 러시아로켓, 액체연료, 나로우주센터, 부시, 미사일, 사정거리
2008년 04월 26일
[칼럼니스트] 2008년 4월 26일 1423호
전문가들의 권유대로 비밀번호는 유추하기 어려운 숫자나 단어로 바꾸고, PC의 보안프로그램을 부지런히 업데이트하는 등의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청와대마저 해커들의 ‘놀이터’가 된 대한민국
2008년 04월 26일
서귀포의 향기로운 흙냄새, 나무냄새 우혜전 (서울칼럼니스트모임 회원) http://columnist.org/hazelwoo
서울 북한산을 다니면서 혹시라도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마련한 새 등산화를 신고 며칠 전 서귀포 해안선을 따라 들길을 걸었다. 올레코스라고 개발되기 시작한, 사람을 위한, 사람에 의한 길이다. 현지에 사는 사람들이 농사지으러 다니는 길이거나 소나 말이 다니는 그런 곳으로 육지 사람들의 발길이 잘 닿지 않은 곳이다. 길이 없어 길을 낸 곳도 있다. 자연 속에서 풀과 흙으로 겹겹이 쌓인 최고의 카펫 길을 걸으니 등산화로 무장한 내 발이 쑥 하고 내려간다.
아주 푹신하다. 내가 세상에 태어나 흙을 밟으며 이렇게 편안하게 느낀 것은 처음이다. 어떤 카페트가 이보다 더 푹신할 수 있을까? 아마 이 길은 현지 청년들이 낫으로 풀을 베고 돌맹이를 골라 올레걷기 하려고 비행기타고 오는 사람들을 위해 낸 새 길 일지도 모르겠다. 풀 벤 자국이 있고 베어진 풀들이 누워있다. 딱딱하게 느껴지는 북한산 등산로와 다르다. 북한산 등산로는 사람의 발길로 반질반질해진 곳이 많고 아스팔트처럼 딱딱하기 까지 하다.
사실 서울의 북한산은 거기까지 닿기도 전에 죄송함을 느낀다. 지하철 어느 역에는 토요일인지 일요일 인지 아침시간에 북한산에 너무 많은 사람이 몰리니 피해달라는 광고까지 하고 있다. 버스 안에서는 등산용 지팡이가 다른 승객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하라는 방송을 들어야 한다. 지하철 에스컬레이터에서는 두 줄 타기를 하라, 왼쪽으로 걸어야 문화시민이라는 둥 정말 내 돈 내고 타면서 이런 저런 잔소리를 들어야 한다.
그러나 에스컬레이터에서는 사람들이 오른쪽에 서고 바쁜 사람들은 왼 쪽으로 걸어 올라간다. 이들은 규칙을 어기고 있는 셈이다. 런던 지하철에서는 이렇게 해도 아무 말 안하는데 서울은 이래라 저래라 하면서 사람을 마치 범죄자 취급이다. 규칙을 자기들이 만들어 놓고 이랬다저랬다 하면서 거기에 안 따르면 잘못됐다는 식이다.
서귀포 들을 걸으면 이런 간섭을 듣지 않아도 된다. 머리 나쁜 사람들이 위에 앉아 규칙을 만들어 놓고 바꾸며 이랬다저랬다 하며 일상을 피곤하게 만드는 그런 세상으로부터 자유롭다. 서귀포의 산과 들에서는 풀과 꽃, 나무와 흙에서 나는 향기를 맡기만 하면 된다. 제주도는 육지에서 집안 화분에 키우는 소철을 가로수로 심는 아열대지방같은, 한국 같지 않은 이국적인 섬이기는 하지만 특히 산과 들에서 나는 향기가 값비싼 향수 보다 더 좋다.
한가지 꽃에서 난다기 보다는 풀 나무 흙이 모두 어우러져 나는 향기이다. 길이 구부러지면 달콤한 향기가 나다가 높아지거나 낮아지면 또 다른 냄새가 난다. 백리향 아니냐 민트향 아니냐 하면서 같이 걷는 사람들끼리 코로 냄새를 들이키며 무식한 대화를 나눈다. 확실한 것은 서울의 산에서는 맡을 수 없는 냄새, 서울의 근교 산에서는 지금 나지 않는 향기이다.
차가 주인이 되어버린 서울, 길을 건널 때도 차 속 운전자의 눈치를 봐야하고 마치 보행자는 운전자가 운전하는데 장애물인 것처럼 느껴지는 그런 곳. 큰 차를 가지지 않으면 호텔에서 사람 대접 못 받고 백화점에 갈 때 곱게 화장을 하고 가지 않으면 손님대접도 못 받는 그런 곳 서울. 그러나 서귀포에 난 올레 길은 차가 다닐 수 가 없는 오솔길이다. 사람이 다니는 길이다. 사람이 주인이다. 차가 나를 방해하지 않는 산과 들에서 해안선을 보고 걸으며 푹신한 흙을 밟고 나무의 향을 맡으며 계곡에 다다른다. 유채줄기로 만든 아욱국 비슷한 된장국을 먹고 부드러운 고사리나물, 하얀 살이 입에서 녹는 고등어구이를 반찬으로 하는 생활, 그 하루 동안 나는 아무 부러운 것이 없었다. 너무 행복했다.
-2008.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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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04월 22일
일상의 참맛은 자기에게 달려 있다 박연호 (서울칼럼니스트모임 회원) http://columnist.org/ynhp
우연한 기회에 어느 시각장애인과 한밤의 포장마차에 들른 적이 있다. 그는 지하철 객실을 오가며 승객들 적선에 의지해 사는데 그날 막차에서 같이 내렸다. 그에게는 하루 일과 끝인 이른바 퇴근길이었다. 집의 방향이 같아 함께 가다 소주나 한 잔 하기로 한 것이다.
이런 저런 얘기가 오가는 중에 다른 시각장애인이 화제에 올랐다. 우리 집사람한테 전해들은 그 시각장애인은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누구보다도 만족스러운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그래서 전국 성당을 순회하며 비장애인인 일반신자들에게 보람있는 삶이 무엇인가를 제시했다.
그런 그도 딱 한가지 아쉬움과 소망이 있다고 했다. 사랑하는 자기 아이들 얼굴을 단 한 순간이라도 볼 수 있다면 여한이 없겠다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살아 생전에는 절대 이룰 수 없는 꿈이라 저승에서나 가능할 것이라며 울먹였다. 비장애인들로서는 너무 사소한 그의 꿈에 장내는 눈물 바다가 되었다.
"나도 앞을 보지 못하지만 그에 비하면 좀 더 행복한 편이네요" 그는 나면서부터 보지 못한 게 아니라 6,7살 무렵 시력을 잃었다. 그 역시 아이들 얼굴은 볼 수 없지만 다른 사람 설명에 따라 나름대로 윤곽을 잡는다고 했다. 어린 나이였지만 제대로 볼 수 있던 예전의 사물에 대한 인상과 기억을 바탕으로 상상과 짐작을 조합한 것이다. 그러니 그 사람에 비하면 행복한 편이 아니냐며 씩 웃었다. 그러나 나는 웃을 수 없었다. 대신 콧잔등이 시큰거렸다.
당시 나는 참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전에 상사의 눈밖에 나서 진급 등 여러 가지 면에서 불이익을 감당해야 했다. 이후 상당히 복구는 되었지만 그 여파가 길어 생활 구석구석이 우울하게 젖어 있었다. 마음이 편치 못했다. 그보다 더 고약한 것은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며 말로는 나를 동정하지만 속으로는 별 볼일 없는 사람으로 치부하는 일부 선후배 동료들의 눈치였다. 그걸 감당하는 데 날마다 상당한 인내가 필요했다. 그렇게 되니 가정도 그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렇다고 월급쟁이가 직장을 바꾸는 것도 쉽지 않았다. 나이나 능력, 경제력 등을 고려할 때 엄두가 나지 않고, 과감하거나 적극적이지 못한 내 성격 또한 주요 원인이었다. 어느 회사나 이런 약점을 교묘하게 파고들면서 교활하고 악랄하게 부하직원을 괴롭히는 상사가 있는 법인데 내 경우도 그랬다.
그 시각장애인과 헤어져 집으로 오는 도중에 자연히 그들의 행복과 내 불행을 비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동시에 미안하고 죄스러운 심정과 지금의 내 처지에 대한 고마움으로 뒤범벅이 되었다.
청각과 시각을 잃고 말하는 기능마저 마비된 헬렌 켈러는 그녀의 글 '3일만 눈을 뜰 수 있다면'에서 "나는 종종 모든 사람들이 이제 막 성인으로서 살아가려 할 때, 단 며칠 동안만 눈이나 귀가 들리지 않게 된다면 하나의 축복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 왔다. 암흑은 그로 하여금 볼 수 있다는 것을 더욱 감사하게끔 만들어 줄 것이고, 정적은 들을 수 있는 기쁨을 가르쳐 줄 것이다."라고 했다.
직장내 어려움만을 전부로 생각하며 헬렌 켈러의 말은 까마득히 잊고 있다가 그날 밤에야 다시 떠올린 것이다. 20세기의 가장 감동적이고 명문이라는 그 글에서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마치 내일이면 눈이 멀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당신의 눈을 사용하도록 하라. 내일이면 귀가 멀지도 모른다는 듯이 음악을 감상하고, 새들의 노랫소리를 들으며 오케스트라의 멋진 하모니를 음미하도록 하라. 내일이면 촉각이 없어져 버릴 듯이 조심스럽게 모든 물건들을 만져 보라. 내일이면 이제 다시는 냄새도 맛도 느끼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꽃들의 향기를 맡아보고 온갖 음식의 한 숟가락 한 숟가락을 맛보도록 하라." 그렇게 모 감각을 최대한으로 사용하면 자연이 제공한 이 세상의 온갖 아름다움과 기쁨이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며 끝을 맺었다.
지금 당신의 일상은 어떤가. 다람쥐 쳇바퀴 돌리듯 지루하다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너무 무미건조해 자신의 삶이 무가치하고, 초라하다고까지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또 불투명한 미래 등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밑도 끝도 없는 불안에 시달리는 이도 있을 것이다. 내게 주어진 소중하고 고마운 것들을 까마득히 잊고 있던 그날 밤 이전의 나처럼 말이다.
그렇다고 그 이후 내가 완전히 달라진 건 아니다. 그건 성인이나 도달할 경지이지 우리 같은 보통사람들은 그때뿐이기 쉽다. 그러나 헬렌 켈러의 말처럼 모든 감각을 최대한 이용해 세상의 아름다움과 기쁨을 맛보려고 틈틈이 노력은 한다.
최소한 그걸 곱씹고 노력하는 동안만은 마음이 평온해진다. 나에게 없는 것을 가지고 그러려면 상당한 비용을 들여야 하겠지만 이미 주어진 감각들이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그럼에도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이를 당연한 것으로 알고 진정으로 감사할 줄은 모른다.
감사할 줄만 안다면 일상이 지루하거나 무의미할 이유가 없다. 즉 인생의 참 맛을 음미하고 즐길 방법은 먼 곳에 있지 않다는 것이다. 혹시 나를 종교인으로 오해할 사람이 있을지 모르나 그건 아니다. 약간 떨어져서 내 삶을 들여다보려는 노력을 비교적 자주 하는 편일 뿐이다.
바둑 두는 사람들은 많이 경험했을 것이다. 지나치게 가까이 붙어서 몰두하다 보면 판세를 제대로 읽지 못한 경우가 흔하다. 그럴 때 바둑판 앞에서 일어나 내려다보거나, 자리를 잠시 떠났다 와서 보면 그때까지 보지 못했던 자기의 우세한 부분과 취약점을 발견하게 된다.
세상살이도 그렇다. 일상이 너무 가누기 힘들고 어려울 때 잠시 비껴 서서 보라. 그리고 헬렌 켈러 말대로 이미 내게 있는 모든 감각을 동원하면 아름다움과 기쁨, 인생의 활력소를 재발견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날 이후 얼마 뒤 출근길 지하철에서 승객들 적선을 바라며 카세트 음악을 틀고 지나가는 그 시각장애인을 다시 만났다. 나는 그가 말했던 '좀 더 행복한 편'을 생각하며 미소를 보냈다. 물론 그가 보지 못할 걸 알면서도... 그리고 약간 비껴 서서 다른 시각으로 내 일상을 보는 따뜻한 시간을 가졌다.
-2008.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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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04월 19일
[칼럼니스트] 2008년 4월 19일 1420호
웬만한 회사에서는 ERP(전자적자원관리)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사내 컴퓨터는 얼마든지 감시할 수 있다. 자신이 직장 책상 위에 놓여있는 컴퓨터로 게임이나 e-메일보내기 등 개인적인 일을 보다가 즉시 ‘중지명령’을 받기도 한다. 이런 경우야 회사니까 그렇다고 이해를 할 수 있다.
만약에 가정에서 게임이나 채팅을 하던 중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얼마나 놀라게 될까. 나도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채팅을 하지 마시오”라는 메시지를 받았다고 생각해보라 . 누구라도 소스라치고 말 것이다. 이 정도라면 내 자신이 발가벗겨진 채 남들에게 노출돼있는 것이나 다름없... 내 PC를 누가 훔쳐보고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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