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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02월 23일
No. 1146 [칼럼니스트] 2005년 2월23일
우리는 나라노래인 국가가 없다. 애국가가 국가처럼 대접받고 있을 뿐이다. 애국가를 국가로 정하지 않는다 해도 이제까지 죽 그래 왔듯이 법으로 명시하지 않고 애국가를 국가처럼 쓰는 관행을 지켜나갈 수 있다. 요즈음 애국가 사용료를 지불하느냐 마느냐 논의가 뜨거워지자 애국가 작곡가 유족은 “애국가는 대한민국 국민의 것”이라면서 저작권 행사를 사양했다. 애국가 작곡자와 유족에 대한 보답은 대한민국과 한국민의 위신과 도량을 생각하여 섭섭함이 없도록 했으면 좋겠다. 국가 제정 문제는 이와 따로 떼어 이야기해야 논의가 뒤엉키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부르는 애국가는 안익태 선생이 지은 관현악곡 ‘코리아 환상곡’의 주제 선율이다. ‘코리아 환상곡’이나 애국가는 안 선생의 조국 사랑이 잘 나타나 있는 아름다운 곡이다. 안 선생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광복한 조국에서 홀대를 받고 타국 땅에서 생을 마친 그에게 죄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그가 스페인에서 살던 집을 뜻있는 동포가 구입한 뒤 우리 정부에 관리를 일임하였으나 정부가 신경을 쓰지 않았다는 이야기에 이르러서는 더욱 그러하다. 그의 유족에게 별 이렇다할 보살핌도 없는 듯하다. 애국가를 말해 보자. 기악곡으로서 듣기에는 아름답고 감동적이지만 부르는 노래로는 알맞지 않은 곡들이 있는데 애국가도 그렇다. 애국가가 국가로서 부르기에는 ‘너무 담담하다’고 하는 이도 있고 ‘힘이 없다’고 하는 이도 있다. ‘부르기가 어렵다’는 이도 있다. 국가는 힘차고 부르기 쉬워야 한다는 것이 통념이라고 할 수 있다. 애국가 부르기가 첫 소절부터 맥빠지는 것은 강박이 아닌 약박으로 시작하기 때문일 것이다. 오랜 세월 우리가 즐겨 불러온 노래들은 강박으로 시작한다. 그래야 부르기도 좋고 힘도 있다. 애국가의 가사에 불만을 드러내는 이들이 있다. "마르고 닳도록" 구절이 부정적이며 소극적이라고 지적한다. "하느님이 보우하사"의 하느님을 기독교의 하나님으로 잘못 알고 이를 싫어하는 이도 있다. 무궁화가 추운 지방에는 없으니 전국적인 꽂이 되지 못한다면서 아예 나라꽃부터 갈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도 있다. '삼천리'라고 국토를 한정한 것에 못마땅해 할 수도 있다. 사실 국가에 국토의 크기를 한정해 놓은 나라는 없다. 가사와 곡조에 불만스러운 점이 있다고 해도 애국가는우리에게 분명히 감동을 준다.애국가는, 우리가 한 때 나라를 잃고 고통을 겪고 그 뒤 나라를 되찾고 희망을 다시 품고 한, 파란 많은 역사를 되돌아보게 한다. 애국가 자리를 대신할 만한 노래를 찾기는 어려울 것이다. 국가가 아닌데도 많은 국민이 애국가를 국가라고 여겨 온 사실을 가벼이 볼 수 없다. 애국가를 사랑하는 이들이 많다. 국가가 따로 정해진 뒤에라도 애국가는 나라 사랑의 노래로 영원한 생명을 누릴 것이다. 애국가 말고도 나라 사랑 노래는 더 많아져서 자주 연주되고 불려지는 것이 좋다. 대개의 나라들이 공식적인 국가 못지않게 그 국민의 사랑을 받는 애국 노래들을 지니고 있고, 그 곡들이 경축 행사에서 자주 연주된다. 우리 국민의 애국심이 대단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데 비하면, 나라 사랑의 감정을 일으킬 노래들이 큰 행사 때 잘 연주되지 않는다. 자주 연주되지 않으면 국민에게 기억되지 못한다. 시가행진 때도 외국 행진곡보다 우리 곡을 더 자주 울려야 한다. 국가가 아직 제정되지 않고 있는 것은, 애국가 아닌 노래가 국가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여지가 남아 있다는 뜻이 된다. 진취적이고 희망적인 가사에다 애국심을 용솟음치게 할 힘찬 선율을 지닌 작품이 나와, 애국가를 넘어서서 국가로서 온 국민의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다. 애국가에 내내 감사하면서 더 폭넓게 사랑 받을 작품의 출현을 기다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법만으로 감동을 가져올 수는 없기 때문에 어느 날 갑자기 새 노래를 국가로 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국가 제정은 통일 뒤에 해도 될 것이다. 박강문 (대진대학교 통일대학원 초빙교수) http://columnist.org/parkk |